대상관계 이론
대상관계 이론을 전달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대상관계 이론을 알아두시는 데에 기여가 될 것입니다. 대상관계 이론의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전체 다 읽어주세요. 이제 아래에서 모두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대상관계 이론
집 앞에 있는 복합상가에는 언제부터인가 3층 위로 병원과 학원 상가가 있던 공간에 아동 전문 치료센터가 늘어갑니다. 언어치료센터가 들어오더니 놀이치료센터가 들어오고 음악치료, 미술치료, 드디어 어제 뇌파치료센터까지 들어왔습니다. 마냥 즐겁게 놀 나이의 아이들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치료법이 많아진 것도 그렇고, 생각하면 참 씁쓸합니다. 그래서 다른 측면으로 해석을 바꿔봅니다. 예전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많아졌고 조기에 아이를 건강하게 돌보는 방법이 이토록 다양해진 것이라고 말입니다.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을 아이의 고통이 이제는 일찍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심리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심리학이 행동을 규명하고 개선하는 연구에서 점차 개인을 이루는 내적 동기의 요인 및 사회관계적 요인을 고려하는 쪽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밟아왔습니다. 다양한 임상 경험과 함께 이전 이론들의 한계를 보완하며 급속하게 발전해나간 심리학은 특히 프로이트 이후 다양한 관점의 이론으로 확장되어 각각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학파를 이루게 됩니다.
멜라니 클라인 Melanie Klein(1882~1960)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계승한 연구자로서 그녀가 주목한 대상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당시 정신분석은 치료실 의자에 누워 한 시간 가량 내담자의 자유 연상에 의한 대화분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특성상 이런 딱딱한 치료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아동의 정신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연구자인 클라인은 장난감 등의 소품을 활용한 놀이를 분석의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성인에 비해 아동은 언어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 자신의 내적 사건들을 자유롭게 구술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라인은 아이들이 선택하는 장난감이 상징하는 것과 그것을 가지고 노는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문제 상황을 재현해내고 아이들의 상황을 투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놀이활동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주저하는 행동은 성인이 자신의 억압된 것을 꺼낼 때 망설이는 불안함과 같은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아동이 그런 불안을 표현할 때 달래거나 편들어주는 대신 "지금 자동차를 높이 들고 있는 건 아빠를 던져버리고 싶다는 마음인 거야?”와 같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방법이 아이들이 회피하고 은닉하고자 했던 내면의 갈등을 꺼내주는 시도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클라인은 아동 각각에 대해 필요한 준비물을 매번 다르게 세팅하고 분석 시간을 규칙화해 아동의 놀이 과정을 관찰하고 반응을 해석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이론을 구축했는데 그 과정은 그대로 지금의 놀이치료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클라인이 이렇게 아동의 특성에 주목해 놀이에 참여하고 능숙하게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지닌 관록의 자원 덕분이었습니다. 40세에 정신분석학에 입문한 덕분에 클라인은 이미 자녀의 육아와 양육을 바탕으로 한 아동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습니다. 프로이트의 계승자로서 클라인은 리비도 이론을 기반으로 아동을 연구했으나 그 과정에서 프로이트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시기, 즉 5세 이전 유아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그녀는 5세 이전에도 유아가 내면에 대상(어머니)을 내사해 유아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도 5세 이전에 이미 유아는 자신과 관계 맺는 대상에게 영향을 받아 자기를 인식한다는 클라인의 주장에 공감했습니다. 이들은 클라인과 함께 ‘대상관계 이론’이라는 학파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대상관계학파는 현재 정신분석 분파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신분석의 패러다임입니다.
클라인의 연구의 핵심은 편집-분열적 자리 paranoid-schizoid position 이론으로 대표됩니다. 클라인은 유아는 기존의 정신분석 이론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이 있다고 말합니다.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아기가 뭘 알아?”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클라인은 유아의 내적 대상과 내적 대상 세계라는 개념을 통해 유아기 초기에 외부와 맺는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아직 미숙한 유아는 복잡한 외부작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대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에게 엄마는 ‘엄마’라는 전 인격체가 아니라 안겨 있는 ‘젖가슴’으로 파편화되어 지각됩니다. 잘 안아주고 배부르게 공급하는 좋은 젖가슴은 만족하는 유아 자신이 되고, 돌봐주지 않고 젖을 주지 않는 가슴은 나쁜 젖가슴과 좌절된 유아 자신이 됩니다. 아기는 아직 엄마와 자신을 완전히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젖을 잘 먹고 배가 부른 유아는 만족감을 얻고 이 좋은 젖가슴은 유아가 평생 좋고 이롭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의 원형이 됩니다. 반면에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 나쁜 젖가슴은 유아를 좌절감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나쁜 것들을 대표하게 됩니다. 클라인의 ‘편집-분열적 자리’라는 이름은 이렇게 좋거나 나쁜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집적 특징 때문에 편집적으로 분열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론명이며, 편집-분열 자리는 생후 4~5개월 유아의 지각 특성입니다.
이후 지속적인 지각발달을 통해 유아는 점차 ‘젖가슴’이 아닌 엄마 전체로 대상(엄마)과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서 편집-분열적 자리에서 ‘우울적 자리depressive position’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대략 생후 12~15개월 이후에 해당하는데, 유아는 이때 엄마라는 대상을 전체적인 존재로 지각할 수 있으며 엄마 안에는 안아주고 젖을 주는 좋은 것도 있고 나를 제지하고 야단 치는 좋지 않은 것도 공존한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한 대상 안에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의식이 발달해 엄마가 곁에 없어도 이전처럼 바로 겁에 질려 울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제 유아는 좋은 대상이 보이지 않거나 아픈 모습 등을 보면 자신이 예전에 그 대상을 미워했기 때문이라고 여겨 대상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걱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유아는 대상을 안아주거나 자신의 것을 주는 등 나름 보상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양심의 가책으로 대상을 향해 느끼는 정서적 특성 때문에 이 시기를 ‘우울적 자리’라고 부릅니다.
편집-분열적 자리의 정신구조를 지닌 사람은 유아처럼 세상을 보기 때문에 세상을 전적인 좋음 all good과 전적인 나쁨 all bad으로만 지각합니다. 내면에 불안이 많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편집증적인 분열의 자리보다 발달한 우울적 자리는 보다 성숙한 형태이며 한 개인의 일생에 걸쳐 점차 발달해나갑니다.
멜라니 클라인은 양육자가 생애 초기 유아의 편집-분열적 자리에서의 불안, 파괴의 욕동을 잘 담아주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유아는 정서적으로 잘 발달해 우울적 자리로 이동할 수 있으며 외부 세상의 대상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불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애 내내 상황에 따라 이 두 자리를 지속적으로 오가며 경험한다고 합니다.
클라인의 이론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공격적이고 강박적인 행동 뒤에는 그 사람의 힘으로는 담기 힘든 공포나 불안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대상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우울적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의 마음을 잘 담아주는 ‘양육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관계 맺음에서 꾸준한 지지와 교류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사회구조에서는 우울적 자리로 이동할 자원이 갈수록 빈약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처음 간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 유난히 텃세를 부리고 편 가르기를 하는 바람에 상처받은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의 내면에 있던 불안한 아이를 만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민해서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악을 쓰고 거부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한없이 살갑게 팔을 벌리고 안겨 옵니다. 낯선 곳에서 사람들의 냉대에 하루하루가 힘든 이에게 클라인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원래 사람들의 초기 모습엔 낯선 것에 대한 공격심이 들어 있으니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본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내가 아닌 누가 여기 있다 해줘도 그렇게 했을 테니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나보다 더 낯선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나는 그들의 동지가 되기 마련이라고. 사람은 그래서 오래 봐야 한다고.
정리
- 멜라니 클라인 Melanie Klein(1882~1960)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계승한 연구자로서 그녀가 주목한 대상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 클라인은 아동 각각에 대해 필요한 준비물을 매번 다르게 세팅하고 분석 시간을 규칙화해 아동의 놀이 과정을 관찰하고 반응을 해석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이론을 구축했는데 그 과정은 그대로 지금의 놀이치료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 클라인은 유아의 내적 대상과 내적 대상 세계라는 개념을 통해 유아기 초기에 외부와 맺는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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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이론을 전달해보았습니다. 모두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적으로 필요하신 정보가 있다면 위의 글들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